추억하다

from 생활로그 2014. 1. 12. 23:11

벌써 이렇게 됐나.

약 5년~6년전에 썼던 글, 수필 형식으로 쓴 소설이었나.  그냥 수필이었나.. 내가 무슨 소설이람

 잊고있었는데 어찌어찌해서 찾은 글, 아마 처음 만났던  사람과 헤어지고 난후,

흔히 찾아오는 감수성이 풍부해지고 미화되는 그 시점에 쓴 글이리라

내가 그랬다 라기보다는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심정에서 쓴 글이고

내가 아끼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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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하다 1.

 

그가 내게 말했다.

'밤은 추억의 계절'이라고..

그러면서 그는 밤에 잠을 못 이룬지 오래라고 하였다. 하지만 잠을 못자더라도 매일 찾아오는 그 계절을 지내는게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그것을 '봄을 타는 어린 꼬마숙녀 마냥 설레이다'라고 표현하며 덧붙이길 사무치게 밀려오는 그리움마저도 행복하다고 했다.

지금 내가 그런것일지도 모른다. 그와 같은. 같을 것이라 생각하는  계절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뜬눈으로 밤을 지세고 날이 밝아올때 잠이 들기 시작한 때가 벌써 여러날이다.

오전을 뎅강뎅강 떼먹어버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그가 남긴 잔잔한 여운을 되새기는 것이 즐겁다. 하지만 그의 계절병과는 다르게 조금씩 크는 그리움까지 즐겁지는 않다.슬프다라고하면 맞는 느낌일까.. 아직은 그가 말한 기다림의 미학을 알지 못하는 탓이다. 그와 같은 높이에 서서 그를 바라보게 되기까지는 한참 후가 될것이다. 그는 지금 없으므로 그의 높이에 다다랐을때 그와 마주하며 이야기할 날은 없어진것 같지만 그의 높이까진 한참 남았으니까 지금 당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는 참 신기한 사람이었다. 항상 엉뚱하고 가볍게 보이긴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윽한 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와 함께 하다보면 아찔하도록 그윽한 향에 흠뻑 취해버리곤한다.  어느날 그는 잊을수 없을 향을 남겨둔채 휙하고 증발해버렸다. 넉달쯤 지난 지금도 그의 소식을 알 수 없지만 나는 굳이 그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그의 부재가 두어달쯤 계속된 시간동안 슬픔에 정신을 못차릴 때도 있었고 미친듯이 일에 몰두하기도 했지만 아무리 슬픔이 흘러 넘쳐 쏟아지려고 해도. 그를 찾지 않았다. 그는 남겨질 사람이므로 나는 그를 찾지 않았다. 그가 증발해버린지 넉달이 지난 지금에야 비로소 그가 남긴 향의 흔적을 주워 담을수가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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